등 통증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 중 대표적인 근육이 바로 마름근(rhomboids)이다. 마름근의 통증 부위가 '고황(膏肓)'이라는 혈자리에 나타나서 마름근 통증을 고황통(膏肓痛)이라고도 부른다. 고황통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마름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마름근은 작은 마름근(rhomboid minor)과 큰 마름근(rhomboid major)으로 나뉜다.
1. 마름근: 해부학적 특징과 주요 기능
마름근의 해부학적 위치는 위 그림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쉽다. 작은 마름근과 큰 마름근의 이는곳(origin)과 닿는곳(insertion)은 다음과 같다.
마름근의 이는곳(Origin)과 닿는곳(Insertion)
- 작은 마름근(Rhomboid Minor)
- 이는곳: 7번째 목뼈(C7)와 1번째 등뼈(T1)의 가시돌기 (spinous process) - 척추에서 뒤로 튀어나온 부분에 붙는다.
- 닿는곳: 어깨뼈의 안쪽 모서리(medial border of the scapula) 중간 부분, 어깨뼈 가시(scapular spine) 위쪽에 붙는다.
- 큰 마름근(Rhomboid Major)
- 이는곳: 2번째 등뼈(T2)부터 5번째 등뼈(T5)까지의 가시돌기 (spinous process)에 붙는다.
- 닿는곳: 어깨뼈의 안쪽 모서리(medial border of the scapula), 특히 어깨뼈 아래각(inferior angle)과 그 위쪽에 걸쳐 넓게 붙는다.
마름근의 신경 지배와 주요 움직임
두 마름근 모두 등쪽어깨신경(dorsal scapular nerve)의 지배를 받는데, 이 신경은 특히 5번 목신경(C5)의 영향을 받는다.
마름근은 어깨뼈의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어깨뼈 뒤당김(retraction): 어깨뼈를 척추 쪽으로 당기는 동작이다. (위 그림의 파란색 실선은 근육이 이완된 상태, 즉 어깨뼈가 척추에서 멀어진 위치를 나타낸다.)
- 어깨뼈 올림(elevation): 어깨뼈를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 어깨뼈 아래쪽돌림(downward rotation): 어깨뼈가 아래쪽으로 회전하는 동작을 돕는다.
이러한 기능들은 척추를 중심으로 어깨뼈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만약 어깨뼈가 고정되고 척추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위쪽 등뼈의 움직임과 변형(회전 및 측만증)을 유발할 수 있다.
2. 마름근 문제로 인한 신경학적 통증 특징
등뼈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후관절증후군(facet joint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척추 관절의 문제로 인한 통증이다.
작은 마름근과 손가락 저림
두 근육 중 특히 작은 마름근에 의해 7번 목뼈(C7)와 1번 등뼈(T1) 사이가 자극되면, 위팔신경얼기(brachial plexus)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위팔신경얼기 중 8번 목신경(C8)에 의해 지배받는 자신경(ulnar nerve)이 영향을 받으면, 5번째 손가락(새끼손가락)에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5번째 손가락 저림이 있다면 작은 마름근을 마사지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큰 마름근과 내장기 영향
큰 마름근에 의해 등뼈(T2-T7)가 자극되면, 교감신경에 영향을 주어 폐, 심장, 간, 췌장, 위, 십이지장 등 다양한 내장기를 자극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가 체했을 때 등을 두드리는 행위다. 등을 두드리면 신경이 자극되고 위가 활성화되어 트림이 나오면서 속이 편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등뼈의 안정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팔을 움직이는 행위로 큰 마름근이 등 신경을 자극한다면, 소화 작용이나 혈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율신경 이상 간이 검사법
자율신경에 이상이 있는지 간단하게 검사하는 방법이 있다. 등뼈 가로돌기(transverse process) 위치의 피부를 집어 올렸을 때, 피부 조직이 두껍게 느껴지거나 잘 잡히지 않고, 통증이 오래가거나 피부색이 빨갛게 오래 지속된다면 자율신경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3. 마름근 통증 부위와 증상
마름근에 통증이 생기면 어깨뼈 안쪽 면을 따라 쑤시거나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어깨올림근(levator scapulae) 통증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마름근 통증은 목의 회전이 제한되지 않고 목 자체의 통증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어깨올림근과 마름근의 통증 부위가 겹치는 이유는 둘 다 등쪽어깨신경의 영향을 받고, 통증 방사 부위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마름근에 문제가 발생하면 날개어깨뼈(익상견갑, winging scapula)가 발생하기도 한다. 날개어깨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그림을 눌러 확인해 볼 수 있다.
4. 마름근 통증의 원인
신경학적 원인
가장 대표적인 신경학적 원인은 등쪽어깨신경과 5번 목신경의 눌림이다. 등쪽어깨신경은 중간목갈비근(middle scalene)과 앞목갈비근(anterior scalene) 사이를 통과하거나 때로는 중간목갈비근을 뚫고 지나가기도 하는데, 주로 중간목갈비근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5번 목신경과 중간목갈비근은 목의 여러 근육과 목 체형을 결정하는 근육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으니,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전 글들과 앞으로 소개될 글들을 통해 관리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세(체형) 변화
- 굽은 등(kyphosis)과 둥근 어깨(round shoulder): 가슴과 배 근육의 단축으로 인해 굽은 등과 둥근 어깨가 발생하고, 이는 마름근의 이완성 긴장(늘어난 상태에서 긴장)을 유발하며 통증으로 이어진다.
- 편평등(flat back): 등뼈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사라진 편평등은 마름근의 수축성 긴장(짧아진 상태에서 긴장)을 유발한다. 이러한 분들은 등뼈 가시돌기와 어깨뼈 안쪽 면의 간격이 좁게 나타나고, 걸을 때 팔이 몸통보다 뒤쪽으로 가는 특징을 보인다.
내장기(장기) 연관통
간(liver)과 위(stomach)와 같은 내장기의 문제로 인해 마름근 통증 부위에 연관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족궐음간경(발에 있는 간 경락)'의 대응 근육 중 하나가 마름근인데, 간의 연관통 부위와 일치하는 것이 흥미롭다. 급성기 마름근 통증이 있다면 간 경락을 관리하는 것이 통증 완화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5. 체형과 통증의 변화 양상
마름근의 문제로 인해 앞서 언급된 둥근 어깨나 편평등과 같은 체형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마름근 손상은 널판근(splenius)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그림을 눌러 확인해 보라.
또한, 앞톱니근(serratus anterior)의 이완이나 긴장이 마름근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마름근의 문제가 앞톱니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어깨뼈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주어 어깨뼈의 위치가 변위되고, 심지어 팔꿈치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깨뼈의 위치에 따라 마름근과 다른 근육들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 어깨뼈가 기준보다 내려가고 아래쪽돌림(하방회전)이 동반될 때: 넓은등근(latissimus dorsi), 어깨올림근(levator scapulae), 작은가슴근(pectoralis minor)이 마름근과 함께 짧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 어깨뼈가 기준보다 올라갈 때: 어깨올림근, 위등세모근(upper trapezius), 그리고 마름근과 앞톱니근 상부(serratus anterior upper)가 함께 짧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6. 마무리
모든 신체 관리가 마찬가지지만, 통증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한 가지 근육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찾아 함께 해결해 주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프다고 당장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아프면 나만 서러울 뿐이다. 꾸준히 관리하며 우리 몸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장밑근(쇄골하근, subaclavius) (0) | 2024.03.24 |
---|---|
어깨밑근(견갑하근, subscapularis) (0) | 2024.03.17 |
통증을 만드는 움직임 (1) | 2024.03.02 |
어깨가 아픈 이유, 신경 문제 (0) | 2024.02.26 |
어깨 인대와 통증 (0) | 2024.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