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통증을 만드는 움직임

안아프게 2024. 3. 2. 10:02
반응형

몸이 아프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활력을 잃기 쉽다. 통증의 원인은 워낙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움직임 손상 증후군(Movement Impairment Syndrome)'**은 우리가 왜 움직일 때마다 아픈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려준다. 이 증후군이 발생하는 다양한 원인을 깊이 있게 파헤쳐 보자. 제 스승님께 배운 지식과 실제 임상에서 경험하며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통증 없는 건강한 움직임을 위한 통찰을 제공한다.

통증을 악화시키는 여러 요인에 대한 이전 글도 참고하면 좋다: 근골격계 통증을 악화 시키는 요인

 

근골격계 통증을 악화 시키는 요인

근골격계 통증(근막통증증후군 포함)을 악화시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잘못된 자세, 반복적인 움직임, 심리적 스트레스, 호르몬 문제, 불균형적인 영양 공급, 심혈관계, 호흡계, 직업, 취미,

soojae.com

---

1. 감정: 몸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

감정이 몸의 움직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해보자. 기분 나쁜 날, 몸이 무겁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평소처럼 몸이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멘탈 관리'**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이다. **감정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없던 통증도 만들고 있던 통증은 더욱 악화시켜 움직임 손상 증후군을 유발한다.**

---

2. 음식과 소화작용: 근골격계 통증의 숨겨진 원인

내가 먹는 음식과 움직임이 연결된다니,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해부학적으로 보면, **소화기관을 감싸는 근막(fascia)과 우리 몸의 모든 근육을 감싸는 근막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음식으로 인해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이 문제가 근막을 통해 전신의 다른 근육으로 퍼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단순히 소화기관 주변 근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찬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운 분이 있었다. 이분이 발목 통증으로 찾아왔는데, 검사 결과 인대나 근육, 연골에는 이상이 없었다. 전날 식단을 물어보니 "원래 찬 음식을 잘 안 먹는데, 어제 맥주를 좀 마셨다"고 대답했다. 원인을 직감한 나는 경락 이론을 접목해 대장과 소장을 관장하는 손가락 부위를 확인했고, 대장 관련 포인트에서 큰 통증을 발견했다. 팔꿈치 아래 몇 포인트를 관리해주고 발목을 움직이게 하자 통증이 사라졌다. 이는 **대장경이 뒤넙다리근(hamstring)을 관장하고, 이 근육과 연결된 근막이 무릎과 발목까지 이어져 발목 통증을 유발한 사례**이다. 통증관문설을 들어 경락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특정 경락 포인트 관리가 다른 부위 통증 완화에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

3. 근막: 움직임과 통증의 핵심 연결망

**근골격계 통증**에서 근육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 바로 **근막**이다. 근막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싸는 랩처럼 근육과 장기를 감싸고 지지하는 연결 조직이다. 아무리 안쪽 근육이 약해도 랩이 단단히 둘러싸고 있다면 어느 정도 형태를 유지하며 움직일 수 있고, 반대로 랩이 늘어나 있어도 근육 자체가 단단하면 잘 늘어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근막이 잘 늘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근막 관리가 움직임 개선과 통증 완화에 확실한 효과**를 보이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근막 관리를 해주면 움직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근막경선해부학(Anatomy Trains)**의 경로를 따라 관리하면 몸 전체의 변화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 통증 관리 시 **표면후방라인(superficial back line)**에 속하는 뒤넙다리근의 근막만 관리해도, 등의 **근육 긴장도(muscle tone)**가 확 달라지면서 솟아있던 등이 평평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4. 관절가동범위(ROM): 보상작용으로 인한 통증 유발

**관절가동범위(Range Of Motion, ROM)**에 제한이 생겨 관절이 굳어 있으면, 우리 몸은 다른 부위에서 **보상작용**을 일으켜 통증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어깨관절(Glenohumeral joint)**의 가동범위가 제한되면, 팔을 옆으로 벌릴 때 **위등세모근(upper trapezius)**이 과하게 작동하여 통증이 발생한다. 또 다른 예로는, 어깨돌림띠(회전근개) 파열 수술 후 관절 가동범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팔을 벌릴 때마다 **넓은등근(latissimus dorsi)**이 당겨져 등과 허리가 아픈 경우도 있다. **관절 가동범위의 제약은 신체 불균형과 통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

5. 척추의 안정성(Stability): 움직임과 균형의 미학

**척추 안정성(stability)**은 **움직임(mobility)**과 상반되는 개념이지만, 동시에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움직임이 과해지고, 움직임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 과도한 움직임으로 인한 불안정성: 척추의 움직임이 과해 안정성이 떨어지면,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특정 척추 분절에 통증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7번째 목뼈와 1번째 등뼈 사이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팔을 모으는 동작(내전) 시 **작은마름근(rhomboid minor)**이 이 부위의 움직임을 과하게 유발하여 통증을 초래한다.
  • 움직임 제한으로 인한 불안정성: 움직임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척추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팔을 벌리는 동작(외전) 시 **어깨올림근(levator scapulae)**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목뼈를 자극하며 안정성을 저하시켜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 안정성이 떨어져 통증이 먼저 생기는지, 움직임이 제대로 안 나와 안정성이 떨어지는지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

6. 순간회전중심경로(PICR) 변화: 관절 움직임의 왜곡

**순간회전중심경로(Path of Instantaneous Center of Rotation, PICR)**는 관절 움직임의 축이 어떻게 변하는지와 관련된 개념이다. 이상적인 관절 움직임은 고정된 중심을 기준으로 매끄럽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보상작용**이 발생하면 이 관절의 중심이 움직이며 통증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엎드린 상태에서 팔을 90도 벌리고 팔꿈치를 90도 굽힌 채 어깨 관절을 바깥으로 돌리는(외회전) 동작을 몇 번 하다 보면, 팔이 바닥에서 들리면서 외회전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날개뼈와 척추(마름근 부위, 일명 고황)** 사이에 통증이 발생한다. 이는 관절의 올바른 움직임 경로가 왜곡되어 생기는 문제이다.

---

7. 신경의 눌림: 근육 약화와 통증의 악순환

**신경이 눌리게 되면 해당 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육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근육이 아무리 크더라도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다른 근육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는 **보상작용**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과부하와 통증이 나타난다. 예컨대, **5번 목신경**이 눌리면 **위팔두갈래근(biceps brachii)**의 힘이 약해져 물건을 들 때 **위등세모근**이 과하게 작용하고, 결국 어깨 통증이 발생하는 식이다. **신경 압박은 근육 기능 저하와 보상 작용을 통한 통증 발생의 핵심 원인**이 된다.

---

8. 습관화: 몸이 기억하는 잘못된 움직임 패턴

**'몸이 기억한다'**는 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의식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관절가동범위 제한이나 신경 눌림과 같은 직접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팔을 벌릴 때 습관적으로 **위등세모근**을 과하게 사용하게 되어 어깨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잘못된 움직임 패턴이 몸에 배어버려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

9. 근육의 과사용과 반복적인 사용: 통증의 근원적 출발점

근육의 **과사용과 반복적인 사용**은 통증을 일으키는 가장 일반적이고 근원적인 원인이며, 위에 열거한 관절가동범위 제한, 근막 문제, 척추 안정성 저하, 보상작용, 순간회전중심경로 변화, 신경 눌림, 습관화 등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된다. 가장 쉬운 예가 안 하던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알이 배긴다'고 하는 것이다. 허벅지에 알이 배기면 제대로 걷지 못해 어기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다 보면 특정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다른 근육들이 보상 작용을 하며, 관절의 움직임 경로가 변하고, 척추 안정성이 떨어지며, 신경이 눌리는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운동선수나 신체를 사용하는 모든 직업 종사자들에게 단순히 "일을 쉬어야 안 아프다"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생계가 달린 문제이므로, **통증 해결을 위해 공감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

10. 마무리: 통증 관리의 핵심

**근골격계 통증**과 이를 악화시키는 원인은 위에 언급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론적으로 배우고 직접 관리하며 이러한 개념들이 통증 관리에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리해보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란한 기술이나 테크닉보다 통증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가장 먼저다.** 통증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몸의 각 부분이 어떻게 연결되어 기능하는지 파악할 때 비로소 효과적인 관리와 회복이 가능하다.

반응형